김영수 직전 회장의 부고를 보고

오늘 교정동우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경조사 안내에 김영수 직전 회장의 부고를 보고 고인의 명복을 삼가 빌며 느낀바 몇 마디 소감을 적기로 했다.
벌써 작고한지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모르고 있었으니 홈페이지 아니 엇다면 모를 번했다. 바로 알았더라면 몸이 불편해서 상문을 못 가더라도 마음의 조의라도 표 했을 건데. 평소 홈을 둘러봐도 공시사항만 보고 경조사 안내는 보지 안한 것이 탈이었다. 고인은 77세의 희수를 향수했으니 옛날 같으면 장수라고 볼 수 있으나 인생백수 시대에 한창 살 나이인데 갑작스레 갔으니 너무 궁금하고 놀랬다. 고인은 나보다 11년 연하로 직장 선후배 관계 외 특별한 인연은 없으나 직전 회장으로 무난히 임기를 마치고 후배에게 물려준 후 퇴임한지 얼마 되지 안했으며 평소에 대인 관계도 원만하고 부드러웠다. 그리고 모두들 맡기를 꺼리는 회장직을 맡아 성실히 수행했었다. 평소 술을 좋아해서 건강에는 염려 없는 줄 알고 있었다. 숙환으로 입원한 사실도 병고로 고생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승을 떠나니 저승에 무슨 급한 일이 그래 있었던가? 너무 놀라고 슬프다. 오호 통재라.
먼저 가고 나중 가는 차이 일 뿐 누구나 가야할 저승길이지만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그 길이 오늘따라 더 마음을 아리게 한다.
쭉덕 나락 파장 차지한다고 저승사자도 나 같은 쭉정이는 필요 없는지 주위의 친구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데리고 가니 오늘 따라 외로움이 더해진다.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게도 심심한 조의를 드린다.

2018년 5월 13일 한용유 근조


아래 글을 쓴지가 3년6개월이 지났다. 스스로에게 죽음이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不可抗力의 天命을 앞두고 스스로에게 체념의 다짐과 긍정적인 수용을 위해서 移記를 했다.


죽음

얼마 전 현대요양병원에서 이종 처남의 임종을 지켜봤다.
나는 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공직 재직 시 의무실 근무를 하면서 일반 자연사를 비롯하여 변사자의 사체 부검에도 입회 보조하면서 다양한 죽음의 현장을 경험했다. 최근의 이종 처남의 임종과 삼종질이 이를 뽑은 후 화농균이 혈관으로 들어가 패혈증을 합병 급사하였고 연전에는 신바람 전도사 황수관 박사가 폐렴 농양 균이 혈관으로 침입 역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았다. 삼종질은 죽기 불과 한 달 전에 만난 적이 있고 황수관 박사도 사망 한 달 전 11월 말에 TV에 나와서 신바람 웃음치료 강연 장면이 눈에 역력하다. 그분의 마지막 강연 시 백판에 人命在天과 人命在人을 써놓고 인명은 재천이 아니고 재인이라 즉 사람의 명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 즉 건강관리에 있다고 했다. 그러니 많이 웃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면 장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와 같이 장담한 쾌활하고 건강한분이 저렇게 어이없이 가다니 인명은 在人이 아니라 在天이라 해야 할까? 저승에도 황 박사 같은 훌륭한 분이 필요로 해서인지? 아직도 이승에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염라대왕이 원망스러웠다. 쭉정이 나락이 파장 차지한다. 더니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을 먼저 데려가니 하늘도 야속 했다.

이 많은 죽음 가운데 유독 내가 일곱 살 때 할아버지의 임종과 최근 처이종 처남의 임종이 대조적 이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할아버지는 유복자로 태어나 슬하에 3남1여에 10여명의 손자 손녀를 두고 82세까지 장수 하시다가 모든 자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자는 듯이 고운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그 때 내 나이 일곱 살이었으니 오는 음력 12월24일이 77주기가 된다. 나는 어렸지만 할아버지의 돌아가시는 모습이 아름답고 엄숙해 보였다. 반면에 이종 처남은 산소 호흡기를 부착 인공호흡으로 연명을 하던 중 단말마의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7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보게 되어 할아버지의 임종과 너무 대조적 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생자필멸의 섭리를 벗어 날 수 없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천리를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죽는다. 순서가 없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대신할 수 없다. 경험 할 수 없다. 만약 죽음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나기만 하고 죽음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인구 폭발로 멸망하게 될 것이다. 하루에 30만 명 정도가 태어나고 그만큼 죽어 누구든 언제나 죽게 된다는 것이다. 생사를 주관하는 조물주의 신비에 경외감을 금 할 수 없다. 두려울 수도 있고 생각조차하기 싫을 수도 있지만 죽음이 현실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긍정적으로 받아드려야 하지 않겠나. 죽음은 나와 상관없다고 먼 미래니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훌륭하게 산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훌륭하게 죽는다는 것은 그에 못지않게 중대 하다고 말 했다. 근간 주위의 가까운 친지들의 죽음을 접할 때마다 망구의 나이에 회한의 뒤안길을 되돌아보면서“돌라갈 채비”에 대한 글을 되뇌며 죽음에 대한 상념에 젖는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명언을 남긴 작가 조지 버나드쇼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성철 스님,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의 천상병 시인의 죽음의 달관, 톨스토이의 명언 중 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가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과는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상태로서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고했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신에 가까워 보겠다는 속된 푸념인가. 동물도 아니고 신도 아닌 사람임을, 오늘 따라 우리 수필문학회 회원이었던 B님의 부음을 듣고 죽음에 대한 부질없는 상념을 늘어놓는다. 늦가을 찬비에 곱게 물든 단풍잎이 미련 없이 떨어지고 있다.

2014년 11월 晩秋 愚聾